20230614_200402 

Oil on canvas 162 x 130cm 2023

가끔 물건들을 볼 때 미소가 띠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그 물건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들이 떠올려지는 순간들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거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샀던 기억들이었다. 때론 아끼던 물건에 흠집이 나 있는 것들을 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물건을 보고 있노 라면 현재의 내가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관계가 쌓여 현재의 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손때가 묻어 있거나 훼손된 물건들의 모습이 사람 관계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물건일수록 더욱 아끼거나 소홀해져 막 대하게 되어 흠집이 생긴 모습들.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와 닮아 있다. 그래서 더욱더 아끼게 되고 소중하게 다뤄진다. 이러한 관계들이 과거로부터 현재의 내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나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장소를 이동할 적에 뒤를 돌아보며 확인하는 습관이 강박이 되어 우울증을 앓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의욕도 없고 앞길이 막막해 졌다. 마치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정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삐뚤게 쌓아 올려진 물건들이 쓰러지지 않듯 결국 살아간다.


오늘도 흘러가는 시간과 감정, 또는 이러한 기억을 기록한다.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