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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on canvas 146 x 114cm 2015

나의 작업은 시장에서 시작되었다. 학부 때 작업을 게을리하던 나에게 시장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을 보고 오라는 충고를 듣고 찾아가게 되었다. 시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보낸 다양한 물건들이었다. 닳고 찌그러지거나 녹이 슬어 낡아버린 물건들도 있었고, 본래의 모습을 잊고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들도 있었다. 이런 물건들은 그들이 어떤 일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왔는지, 그동안의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런 물건들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래서부터 위로, 먼 과거에서 가까운 과거가 쌓였다. 묻어 있는 손때나 자국들이 그때의 감정을 말해주며 내려앉은 먼지들이 시간을 보여준다. 지층처럼 일정하지 않은 형태는 위태하게 쌓여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물건들에게서 나를 돌아본다. 물건을 대하는 태도 또는 마음을.

사람들에게서 나를 돌아본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는 마음을.


수많은 관계나 희미한 기억의 날들, 어떠한 상황 또는 기억을 매개로 공간 속에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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